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答章

by 희생 2023. 1. 19.

 위험 물질 처치 후, 마지막 날. 임시돔에 모인 요원들은 미션을 무사히 끝냈다. 모든 요원들은 임시돔에서 각자 친해졌던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이젠 팀장들과 각자의 돔으로 귀환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 나는 우리 요원들에게 수고했다며 한 마디씩 해주고 있었던 때,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큰 소리로 나를 불러세웠다.
 
 
"미드나잇?"
 
 
 미드나잇 난난. 세크레타의 요원이자 에코의 형, 그리고 내가 임시돔에서 제일 귀여워 했던 아이. 그 아이는 꽤 급하게 달려온 것같은 모습으로 나를 불러세웠다. 분위기를 보아선 가벼운 말을 전하려고 부른 것 같진 않았기에 요원들에게는 먼저 채비를 하고 임시돔의 입구에 가있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괜한 오지랖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래서 단 둘만이 남았을 때에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참에 그는 말을 시작했다.
 
 
"제 꿈에는... 팀장이 매일 나와요.
 
 저는... 그러니까...
 
 ...팀장도 꿈에서 제가 나왔으면 해요."
 
 
 ...잠깐, 뭐?
 순간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언제나 본인을 생각해달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과대해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이 말은 고백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 지금 내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놀란 표정임에 틀림없겠지.
 
 아니, 물론 이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야 눈치챌 만한 상황이 몇 번이나 있었으니까. 그가 내게 보여주는 감정은 시시각각 달랐으며, 그 중에는 역시 그 감정이 느껴지는 타이밍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해서 뭐하는가. 그가 언제 그 얘기를 내게 알 수 없었으며, 사실은 이게 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단 것이었다. 결국 처치 미션이 끝난 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이 말을 들었고 나는 이런 반응밖에 할 수 없었다.
 
 
"..난난. 내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정확하게 얘기해줄 수 있겠니?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네가 나에게 고백을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그 몇 마디를 하고는 입을 꾹 닫았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으리라 생각하지만, 나는 이 질문을 하고 잠깐 내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천천히 생각을 해보건데, 지금 이건 싫다는 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감정으로 그의 고백을 받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닐까. 팀장과 요원의 교제라니. 물론 유례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면 끝 아니냐는 말도 있겠지만 문제가 될 것은 하나 더 있었다.
 
 나이.
 
 내가 내 정확한 나이를 요원들에게 얘기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임시돔의 요원들 중엔 제일 많은 나이였다. 그러니까 이 말은 대충 계산해도 난 그의 두 배 이상일거란 소리다. 이런 내가 그를 마음을 받아준다면 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좋지 못할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긴 생각 끝에, 그에게 다가가 얘기했다.

"...네가 말을 바꿀거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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