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慈吝

by 희생 2024. 3. 24.

 
 

나는 네가 항상 웃었으면 좋겠어.
그 가득한 사랑을 타인에게도 나눠줬으면 좋겠어.
나 없어도 울지말고 잘 지내야 해, 알았지?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나같은 것은 알 수가 없다. 지금도 봐라. 차사들과 함께 퀴즈를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떨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그래도 익숙한 공간, 같은 관은 아니겠지만 지금 나는 생전 관람방 안에 있다.
 
 
그런데 왜?
분명 차사들은 생전 관람을 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가 자리 잡았다. 내가 이곳에 와도 볼 수 있는 것도 없을텐데. 오류라도 난 거겠지. 그럼 이 방은 다른 혼령의 방이려나? 다른 차사들이나 찾으러 가볼까-와 같은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문을 열고 나가는 그 순간,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린다.
 

 
"그걸 또 넘어져? 이렇게 덜렁대서 어떡할래."
 
 
왠지 익숙한 목소리.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면...

"너 진짜 나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그러게나 말이야~ 우리 자기 없으면 나 진짜 어떻게 살지?"
 
 
 뒤이어 본인의 목소리가 퍼진다. 이 장면을 보고나면 생각나지는 않았던 것이 몸이 반응하여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아, 내가 좋아했던 그 녀석이구나.
 
 
 그렇게 인식을 하고 나면 그제서야 다음 장면들이 궁금해져 서있던 그 자리에 털썩 앉는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줄 몰라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그나마 멀쩡했던 눈 중에 하나가 다쳐 폐인같이 지냈던 놈이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다니. ... ..생전의 그는 지금의 자인이 맞나 싶을정도로 쑥맥이었던 것 같다. 상대방이 자인을 안으면 뚝닥거리다가 서로 마주 안아 준다거나, 아니면 건네주는 음식을 얼굴 잔뜩 붉히면서 받아 먹는다거나.
 
 
 잠깐의 불행 뒤에 행복한 장면이 한참을 관람방 안을 채우다가 화면이 전환되면 비가 오는 날의 혼란스러운 장면으로 변한다. 자인이 누군가를 들고 뛰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지금 자인이 울고 있고, 들려 있는 누군가는 숨이 붙어있는 것이 기적인 상태라는 것.
 
 발이 걸려 결국 넘어지고 나면 자인은 겨우 엉금엉금 기어가 나무 밑으로 들어가서는 그를 안고서 엉엉 울기 시작한다. 안된다고, 제발 두고 가지 말라고. 주변에 도와줄 누군가가 있을테니까 제발. 비 때문에 향은 맡아지지 않고, 안개가 짙어 먼 곳까지 보지 못한다. 그걸 직접 느꼈기에 자인이 그 어느때보다 처절하게 울고 목까지 쉬어가면서 얘기하면 상대방은 자인의 얼굴에 손을 대더니 짧게 입맞추면서 얘기한다.
 
 
 
"나는 자인 네 이름도 좋고, 네 그 자기라는 단어가 참 좋더라."
"뜻이 정말 너 같았거든."
"또 네 이름답게 날 사랑하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나저나 그만 울어. 그 멋진 얼굴 못생겨진다."
 
"있잖아, 나는 네가 앞으로도 웃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사랑을 나눠줬으면 좋겠어."
"나 말고도 세상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좀 이기적이지만... 마지막 부탁이니까 들어줄 수 있지?"
 
 
"사랑해, 내 자기. 내 사랑."
 
"다음 생에 또 만나자."

사랑해, 내 사랑.

아, 결국에는 다 보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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